요지경 세상이다 보니.. 이상한(비정상적인) 것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 이상한 것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르짖었을까요? 제정신도 아닌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빈정 상하게...
골치 아프게 깊이 생각할 사안을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제목 그대로 뭔가 석연찮다는 겁니다. 아니 제품을 구입하는데.. A/S가 잘되는 제품을 구입한다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언젠가 평생 고객, 평생 A/S라는 말을 믿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썼던 적이 있었죠. 벌써 6년은 족히 지난 시간인데, 변화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직도 이러한 홍보가 유효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보여집니다.
광고의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겠지요.
이전 썼던 글들에서도 주장했습니다만, A/S를 앞세우고, 사후처리를 잘 해주겠다는 것은 1. 우선 제품의 질에 자신 없음을 의미하며, 2. 사후 처리에 들어갈 비용이 이미 제품 가격에 포함되어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A/S를 잘 해주는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뭐~ 모든 국내 제품들의 태생이 그런 식으로 출시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뇌리에 정상적이고, 그게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버렸으니 판단의 여유 조차 없는 상황에서 그건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고, 개인이 물건을 구입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적지 않겠지만)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직접 구매가 활성화되고 있으니 말이죠.
근데,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또 다른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A/S에 대한 (특히 그 수리 기술과 이를 수행하는 기술 노동자들) 인식에 대한 문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식의 문제는 A/S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기업과 이를 제공받고자 하는 대중이 모두 포함됩니다.
먼저 A/S를 제공하겠다는 기업의 행태.. 특히 대기업(그중에서도 전자 또는 가전)들의 A/S를 위한 기업 운영을 살펴보면 이건 사람 장사도 이런 사람 장사가 없습니다. 아니 사람 장사라기보다 사람을 그저 일하는 노예로 취급할 뿐 일을 시킨 장본인으로서 사람에 대한 예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A/S를 수행하는 기사분들의 옷에는 분명 대기업의 로고가 박혀 있는데, 그분들은 정작 그 기업의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특히 A/S 잘해준다며 광고는 하면서 이를 수행하는 기업이 실제 일을 하는 직원은 직접 채용하지 않고 일만 시킨다는 게 말이나 되는지... 이 문제는 제대로만 접근한다면 법적으로도 쟁점 사항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정치의 상실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A/S기사 간접고용에 대해 문제를 다룬 뉴스타파에서 제작한 동영상입니다.
그러나 사실 공공연히 다 알고 있던 사실임에도 이를 관심 있게 생각하지 않은 우리들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냉방장치(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가 실족하여 고인이 되신 분의 이야기나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는 그러한 무관심이 만든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A/S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당연한 줄 알고 갑질 하고 있는 우리들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래는 페이스북에서 접했던 글인데, 어느 분이라도 읽어 보셨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게재합니다.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빌딩 사무실 내 회의실의 텔레비전 안테나선을 연결해야 하는데 3명의 기술자가 왔다. 각자 사다리를 펴고, 안테나선을 끌어와 연결하고, 옆에서 장비와 부품들을 건네주어 보조하면서 느리지만 세심하게 단차 없는 마무리를 해내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 나서, 안테나선 하나 연결하는데 꽤 많은 요금이 청구됐다. 재료비는 물론 안테나선 하나뿐일 것이지만, 3인의 기술자에 대한 인건비조로 청구된 노무비였을 것이다. 그 안테나 연결을 의뢰한 후 사전에 어디서 안테나를 끌어와 어느 경로로 설치할지를 검토하고, 기술자들이 현장에 와서 설치해 주기까지 여러 날이 소요됐음은 별개의 이야기로.
한국의 오피스 빌딩이었다면 아마 오늘 의뢰했으면 몇 시간 후, 늦어도 다음날 아침까지는 기술자 한 명이 도착해 눈 깜짝할 새 안테나선을 연결해 두고 마무리도 당장 보기엔 아무 단차 없이 끝내고 갔을 터이다. 물론 설치비는 재료 실비에 한 사람의 출장 교통비 정도가 전부였을 것이고.
서울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가 고장 났다.
그럼 앞에 '고장'이라는 푯말을 세워두고 전철 운행이 끝난 후 정비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왜 전철 운행 중의 위험을 무릅쓰고 바로 그때 정비해야만 했는지. 한나절 그 정도의 불편조차 견딜 수 없는 승객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즉시 수리를 해야 했다면 2인 1조로 FM대로 작업을 할 수는 없었을까? 한 명이 열차 오는지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그 안에서 수리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열차 운행 중단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동료가 오기까진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지.
왜 기껏해야 스크린도어 때문에 한 청년이 목숨을 걸어야 했을까.
직업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기다림.
한국에서 텔레비전 안테나를 연결하는데 기술자가 3명 씩이나(!) 와서 느긋해 보이지만 섬세하게 작업을 하고 있고, 그전에 준비를 한답시고 며칠씩 끌고 나서, 웬만한 소형 텔레비전 한대를 살만한 요금을 청구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눈종이에 대고 그린듯한 치밀함과 평평함을 자랑하는 일본의 보도블록과 울퉁불퉁 하나는 파이고 하나는 튀어나오고 비만 오면 난리가 나는 한국의 보도블록의 차이도 결국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인적 서비스와 공공재에 대한 가격 지불의사.
사람의 품이 들어가는 무형의 서비스와 공공재에 대한 지불의사가 없다. 커피숍의 커피 원두 조달가를 근거로 커피가 비싸다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한국인들이다. 직접 재료비만 보지 노무비, 제조간접비는 없는 비용 취급이다. 전철요금이 100원만 올라도 모두가 서민 빙의해서 서민 죽인다고 난리다. 게다가 노인들은 무임승차다.
흑자를 거두기 어려운 대중교통은 보조금에 연명하고, 서울역에서 시청까지 한정거장을 가든 양주, 천안까지 가든 요금은 큰 차이가 없다. 기본요금 자체도 비싸고, 정거장 하나 바뀔 때마다 거리비례로 요금이 뛰는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대중교통의 수익성이 같을 수가 없고, 그러니 2명 쓸 일을 한명만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요금을 현실화한다면 그게 서울메트로 직원들에게만 돌아가지 또 이런 외주 파견 직원들에게까지 돌아갈까도 모를 노릇이고.
그러니까 한국에선 심혈을 기울여 방망이를 깎는 노인은 있을 수가 없다. 그냥 저렴한 방망이를 중국, 동남아에서 무게 단위로 떼어다가 싸게 팔아야 남는 장사지.
중국 현지에서 먹어본 중국산 농산물은 한국산보다 질적으로든 양적으로든 우수했다. 그중 상등품은 그만한 가격을 쳐서 지불해 주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하등품만 최저의 가격을 지불하려는 한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한국인의 고정관념도 결국 자업자득일 것이다.
골치 아픈 얘기 하려고 한 게 아닌데... 결국 그런 내용이 되고 말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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