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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생명력 처럼...


머님 생신이 다가와 가까운 주말이었던 어제 오랜만에 저의 본가를 찾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후 인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낡은 옛집... 기억 속에는 초등학교 2학년을 전후하여 새로 지은 집이니까... 족히 30년은 넘은 집입니다. 그동안 몇 번의 크고 작은 집 수리를 여러 번 했지만...


나이가 있으심에도 아직까지 현직에서 자리를 잡고 계신 아버님이시지만, 편하다는 아파트나 새로 지은 좋은 집들을 마다하시고 정이 들어서 그러신지... 어머님이나 아버님은 지금의 집에서 사시기를 고집하고 계십니다.


가끔 "4형제를 키워낸 집이고, 기쁜 일들과 슬픈 일들을 함께 한 생명과 같은 교감을 나눈 그런 집"이라는 말씀 하십니다. 그 속에 부모님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저 역시 본가를 가게 되면 그 때 마다 새록 새록 뒤죽박죽 된 기억의 영상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쳐 버리는 사물이나 어떤 반복적인 상황들은 어느 불특정한 순간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이번이 그랬습니다.


그 옛집을 둘러 보다가 문득 감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항상 그자리에 있었는데...


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그 곳에서 발을 붙이고 있던 그 수많은 날들 동안은 매일 마주할 수 밖에 없던 나무였지만, 정말로 새롭게 다가온 나무는 특별해 보였습니다.

 

▲ 벽 속에서 자라는 감나무의 생명력

 

이유는 감나무의 생명력이라고 해야할까요? 뚜렷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수령(나무의 나이)를 알 수 없으나, 대략 제 나이 보다는 훨씬 더 많을 감나무입니다.


30년 전 집을 지을 당시에 나무를 어찌할 수 없어...-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저렇게 한건데, 나무가 지금껏 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크게 보였습니다. 생명력의 위대함이랄까요...


벽을 뚫고서 저렇게 몇 십년을 살아갈 수 있는 감나무를 보는 순간 부끄러움과 함께 겸손함이 느껴지고 마음이 경건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저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감나무는 감나무 본연의 제 모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만 힘이 들어도 나약해지는 스스로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어머님의 말씀으로는 올해엔 감이 많이 열리지 않았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나무를 잘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씀도 함께 이유와 미안함을 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집 대문 앞 바닥 벽돌(보도블럭)들을 비집고 나와 있는 이름모를 나무 한 그루... 역시 감나무를 보아서 그런지 눈길이 갔습니다. 그래서 또 몇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자연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하면서...

 

카메라를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역시 정보화 시대의 좋은 걸 알게됩니다. 형편없는 크기의 CCD이겠지만, 그래도 500만 화소를 자랑하는 옴니아의 화질도 확인할 겸사도 되고... 정리를 하면서 사진을 보니 아쉬운대로 찍고 다녀도 될 만큼은 된다 싶습니다. 


▲ 이름모를 나무지만, 자연의 생명력을 일깨워 줍니다.

(식물엔 너무 문외한이라서... 이름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언제고 경제가 좋았다는 얘기를 현재형으로 들었던 기억도 별로 없고, 항상 바늘구멍 같은... 희소성에 초점이맞춰진... 선택받은 자들 이외엔 어려움이 짙게 깔린 안개처럼 세상을 감싸고 있다는 류의 세상 얘기들이 기억의 대부분이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얘기들은 무감각해지지 않는 듯 합니다. 굴레 속에서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동물로써의 운명이 자본과 뒤 섞여 어찌 할 수 없는 틈바구니 속에서 허우적 거려야 하는 원초적인 이유가 그 원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치 아무리 담력을 쌓고 훈련을 해도 무서웠던 기억들이 쉬 사라지지 않는 것 처럼...

 

하지만 그러한 것들도 대응하는 좋은 방법들에 따라서는 그래도 좀 나아진다는... 좋아진다는 이야기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욱 간절히 바라는 건 이러한 어려움과 고통, 공포가 없는 세상일 수는 없는 건가라는 생각도 떨쳐지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그랬으면 하는데...

 

어느 진솔함을 지니신 경제학자 분의 말에 의하면 내년 3월이 큰 고비라는 말을 언뜻 들었습니다. 어떤 고비가 닥쳐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하도 대란이라는 말들을 많이도 들어와서... 뭐가 뭔지 도무지... 어찌되었거나... 세상은 쉽지 않은 시간 속에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 듯 현실은 그러한 듯 합니다.


그러하더라도 저 사진 속의 나무처럼... 그러고자 합니다. 어느때고 어려움이 없었을까요... 기억 속의 그것들은... 동일한 사안을 가지고도 그때 그때의 현재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을테니까요...

 

이젠 가을도 서서히 가고 있습니다. 이 핑계 저 까닭으로 차일 피일 미뤘던 책 한권도 오늘은 시간이 나는대로 읽어야 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달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지요.

 

고맙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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