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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4년 남짓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얀 고양이 바론과 연이 닿은 건 말이죠. 애완용 동물을 취미처럼 키우는 것과 거리가 멀기에... 동물과 이렇게 인연이 되어 함께 살게 될 줄은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어린 시절 종종 강아지를 키웠던 적이 있지만 그건 제가 아닌 부모님의 의중이었으니 엄격히 말하면 직접적인 건 아닙니다.


하얀 고양이 바론은 4년 전쯤 이지적인 파란 눈에 하얗고, 뽀얀 정말 귀티나는 고풍스런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각주:1] 어떻게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떠날 생각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얀 고양이 바론의 이름은 꽃이라는 시에서 처럼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고민하다가 미야자키의 만화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던 고양이 이름을 혼동하여 실수(?)로 붙인 것이 그렇게 된겁니다. 근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노란 고양이었다는...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아닌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되어 가까우면서도 거리가 있는 그런 관계로 속박하지 않고 함께 하길 4년 여를 보낸 겁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속박(?)이라면 속박이고... 그 외에는 하얀 고양이 바론이 어딜 다녀오건 집에만 돌아오면 되는 식이었죠. 아~ 그러고 보니 해 준 것이라곤 사료를 구입해서 준 것 밖에 없네요.


도시에서 살 땐 근처에도 못가던 아이들도 하얀 고양이 바론은 금방 가까워졌고, -지금은 웬만한 동물들은 거부감을 갖지 않게되었습니다. 모두다 바론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죠.- 큰 아이는 바론에 대한 동시도 지었었는데, 그 글을 저는 포스팅하기도 했죠.


딸아이가 동시로 표현한 우리 고양이 바론!


인연이라는 것이 정말 있다면 이 하얀 고양이 바론과의 관계도 해당되리라 생각합니다.

밖에 나가 있을 때 -특히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이름을 부르면 언제 왔는지 바로 달려와 야옹거리는 걸 보아서는[각주:2]'바론'은 자신의 이름임을 알고 있으며, -아내는 기겁을 하지만 고양이의 야생성이랄까요? 가끔 새나 쥐 등을 잡아와 자랑삼아 집으로 가져와서 야옹 거리기도 하는데... - 우리 가족과의 관계도 인지하고 있음이 확실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저녁 산책 길에 나설 때도 바론은 언제 나타났는지 졸졸 따라오며 달리다 숨고... 우리 가족의 산책 길을 보다 활력있게 만들어 주곤 했습니다. 그런 바론이 씻는 걸 거부하지 않고, 청결(?)할 수 있었다면 어쩜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말씀드렸지만 그랬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가 유지될 수 있는 관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바론은 -이전의 생활 환경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집에서, 그것도 실내에서 살았던 기억을 갖고 있는지 툭하면 현관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고, 실제 몇 번인가 들어오기도 하여 결벽증이 있는 저로써는 그냥 둘 수가 없어 그럴 때마다 경고의 의미로 소리를 지르며 내쫓곤 했습니다.




때문에 이젠 바론도 자신이 들어올 수 있는 한계를 인지하고 -아직 호시탐탐 틈을 노리는 것 같긴합니다만- 조심하는 편입니다. 실제 바론은 이제 집고양이라기 보다는 야생성에 더 가깝다고 느껴지고 흰색 털도 왠지 회색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종종 몸에 진드기가 붙어서 이걸 떼느라 엄청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이게 좀 꺼림칙한게 아닙니다.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배고프면 우리 집에서 주는 사료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 받을 수 있으니 고양이로써는 최적의 조건이 아니었을까 하는데... 문제는 바론이 밖에 나갔을 때 밥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을 때 걱정이 된다는 점입니다. 언젠가 산책을 함께 하는 길에 지나가는 차가 보이는데 가로질러 달려가는 모습에서 잘못하다간 사고를 당할 수 있겠다는 걸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외부 일이 있어 고속화 도로를 타고 운전을 하고 가는데... 집에서 출발하여 얼마 안된 고속화 도로 초입 부를 막 벗어나려는 곳에 하얀색 고양이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순간 아니겠지 했는데... 왠지 인근에서 바론과 같은 하얀 고양이를 본적도 없고... 우선 해야할 일이 있어 일을 모두 처리한 후 저녁 쯤 집에 돌아와 보니 바론이 보이질 않는 겁니다. 바론이 우리 가족에게 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내가 구입했던 예쁜 바론의 집은 덩그라니 적막감(?)만 흐를 뿐이었습니다. 생각은 점점 어두워졌고... 운전 중 보았던 하얀 고양이의 모습은 영락없는 바론으로 기정 사실화 되었습니다. 그렇게 쓰러져 있던 하얀 고양이의 모습은 바론의 주검으로 각인된 채 영화의 한장면 처럼 흘렀습니다.





마음이 너무 안좋았습니다. 돈을 잃어버렸을 때 그 돈을 "누군가 주거나 어떻게 쓸걸~" 하는 부질없는 생각처럼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소리지르고, 가끔 진드기 문제로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까지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더해졌습니다. 앞으로 함께 산책을 할 수 없다는 건 아쉬움을 넘어 슬픔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속단할 순 없다는 생각에 이름을 불러봐야겠다고 현관 밖으로 나가서 크게 외쳤습니다.

"바론~!" 

"바~아론!!"

하지만 금새 앞으로 달려와 야옹 거렸던 바론의 모습은 보이질 않더군요.


아내와의 대화로 눈치를 챈 아이들의 표정도 우울해져 보였습니다. 작은 아이는 아내에게 와서 자초지정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하얀 고양이가 쓰러져 있던 장소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보채고... 큰 아이는 제 방에서 얼굴을 숙인채...


저역시 작은 아이의 말처럼 그곳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곳은 차량의 주행 속도가 빨라서 자칫 또다른 사고가 날 수 있어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갔는데, 아니... 천연덕스럽게 바론은 파란 눈을 치켜들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반갑기도 기가막히기도 하고... ㅎ




집으로 들어가 이 소식(?)을 전하니 그제서야 아내도 화색이 돌고... 큰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왜 잘 확인도 하지않고 이상한 소릴해서 마음을 헝크러지게 했냐고 아내에게 막 뭐라뭐라 하더군요. 울고 있었지만 얼굴은 밝은 모습으로...


그렇게 고양이 바론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고...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느낀 건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일지언정 생명... 어떤 교감을 할 수 있는 존재와의 관계라는 건 모두 인연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양이와 함께한 4년여의 시간이 부여한 정이 이러한데... 사람은 어떠할지... 그것도 부모와 자식 관계라면... 아 정말 상상조차 가질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천안함 5주기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돌아오는 군요. 사람다운 생각을 하는 이들이 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아니 그런 사람다운 생각을 하는 다수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도록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일상처럼 도로에서 마주하게 되는 동물들의 주검이 이런 마음의 동요까지 있을 수 있는 건 모두 인연에 의한 것임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름 조차 알지 못하지만 우리 고양이 바론과의 연(緣)을 생각하게 만든 그 하얀 고양이와 그간 마주했던 모든 주검들과 더불어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1. 나중에 찾아보니 애완 고양이의 대명사(?)격인 터키쉬 앙고라더군요, [본문으로]
  2. 그래서 바론, "바로~ 온"이기도 합니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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