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면 한동안 멍하니 앉아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꿈에 대한 기억을 더듬곤 합니다. 확신할 수 없는 것임에도 그렇게 꿈을 꾸었다고(원래는)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해 온 탓에 다르게 생각할 이유는 그 어느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계기였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꿈과 현실 중에 어느 게 진짜 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을 기준으로 표현하려니 이렇게 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꿈이 실제(현실) 일 수 있다는 건 지금으로써는 망상이라고 생각해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뚜렷이 기억에 남아 있지도 않으면서 그 속에서는 무언가 연결되고 이어지는 어렴풋한 기억을 상기하자면 도통 알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된 건 친구 녀석이 보내준 기프티콘 선물로 보게 된 영화 때문입니다. 다른 건 볼 수 없고 오로지 그 영화만을 볼 수 있는 것이라서 이걸 봐야 하나 살짝 고민을 하다가 간만에 영화 한 편 아내와 데이트하듯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보게 된 영화입니다. 그게 어떤 복선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시 상기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는 전형적인 루프물로 특정 시간대에 갇힌 이들이 서로 얽힌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정 시간대가 반복되는 타임루프 구조와 극적인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긴장감이 극대화된 면도 있지만, 그보다 좋았던 건 현실에 반영하고자 하는 감독의 메시지였습니다.
본 포스트의 목적이 영화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라서 길게 다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와 연결 고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조금 언급해야 할 듯합니다. 억지스럽다 할지 모르나 그건 묘하게 와 닿은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기프티콘을 보내준) 친구와의 인연이 되었던 나를 옥죄도록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어느 젊은 날의 시간입니다. 앞서 언급한 그 복선이라고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글쎄요. 친구 녀석이 이를 알고 보내주진 않았을 텐데...
그 친구와의 관계야 (나이가 들면서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돈독하고 진솔한 관계의 정도로 말하자면)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할 수 있지만 말하려고 하는 건 그 친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지극히 무미건조할 그 시간의 배경이 되는 공간에 대한 기억이거든요. 한 가지 있다면 그곳에 함께 있긴 했다 정도가 될 겁니다.
불규칙적이었지만 거의 주기적으로 반복되던, 그 떠올리기조차 싫은 상황의 전개는 어찌나 그리도 실감 나던지 그 끝은 언제나 절규였을 정돕니다.
내가 왜 또 여기 있냐고...!!
군에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몇 번은 경험했을 꿈에 대한 기억일 텐데... 유독 저는 그 기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습니다. 아주 최근은 아니지만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꿈을 꾸곤 했으니까요.
이젠 시간이 흐를 만큼 흘러서인지 그러한 꿈이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것을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때때로 잠에서 깨어 정신을 다듬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현실과 꿈을 분간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그 혼란스러움이 남아 있음은 부정할 수 없거든요. 솔직히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이 어쩌면 꿈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죠. 이런 걸 과대망상이라고 하나요?
타임루프가 되는 건 원인이 있습니다. 그 영화에서도 제시되는 것이고, 그것이 영화를 괜찮다고 느끼게 한 요소였기도 합니다만, 현실이든 꿈이든 고통의 원인이 되는 건 대부분 잘못 맺어진 관계에 기인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 관계가 얽히고설켜 간단치 않다는 거죠.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지만 현실로 느껴지는 지금을 기준으로 실제라고 할 때 해탈하지 못한 것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긴 합니다. 물론, 명확하진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에 잔존하는 (정확히 꿈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그 꿈속에서 인들 그건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은 언제나 함정입니다.
해탈을 한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할 최선인 것 같긴 한데... 뭐~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해탈했다면, 용서라는 것 자체가 성립할 수도 없지 않을까요? 도통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원~!
지극히 실제로 인식하는 현재를 기준으로 타임루프를 적용한다는 건 이런 거 같기도 합니다. 아닌 걸 알면서, 그러면 안된다는 걸 수없이 경험해 놓고도 또 그러고 있는 모습...
그건 아마도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이지 않을까...
뺨을 꼬집고 현실임을 깨달았다던 옛이야기가 있었죠.
손톱 양옆으로 까칠까칠하게 튀어나온 부위를 습관적으로 손과 입으로 뜯어 내곤 하던 행위의 반복... 손톱깎이로 잘라냈어야 하는데... 정말로 타임루프에 걸린 건가요???
에구구 또다시 손가락이 붓고 말았습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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